글을 쓰지 않으면 안 쓰는 것에도 익숙해진다
그라폴리오는 나에게 잘 맞는 컨셉이나 너무 조용하고, 인스타그램은 정을 붙이려 노력해도 여전히 너무 인공적이고 상업적이고 나르시스트적인 인물들이 많고, 틱톡은 쳐다보기도 싫으며, 페이스북에는 가족 친구 얼굴들이 보이면 오히려 불안하다. 한 마디로 나에게 맞는 곳이 없으며, 디지털 공간에 소중한 것을 올리는 것에 굉장한 제약을 느끼고 있다. 진짜 아름다운 것들은 공개할 수 없어진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 앞뒤분간을 더 하게 되어서겠으나, 십대가 되어 틱톡에 빠져버린 조카의 모습에 딸의 미래가 벌써 걱정되는 것은 내가 그 세대보다 나이가 많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싸이월드에 중독되었던 모습을 우리 부모 세대가 봤다면, 아니 그들도 인터넷을 이해하는 디지털 세대였더라면 더 걱정했을 테지만, 그때는 일촌이 있었고, 예의가 있었고, 맥락이 있었고, 글로벌하지 않았다. 글로벌 범죄자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시대였다. 이제 여섯 살인 딸에게 닌텐도를 사줘도 되냐는 동생의 말에 극구 말렸고 (우리도 재믹스를 그리 빨리 시작하지 않았단다) 모르면 안 하는 것을 일부러 알려서 빠져들게 할 생각이 없다. 십대들이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남이 자신을 그렇게 본다고 생각하는 것, 자신이 누구를 팔로우하는 것을 남들이 그렇게 상관하리라 생각하는 것 등 어리고 경험하지 않는 눈과 머리에는 무엇이든 새롭고, 꼰대들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세월은 어느새 많이 흘러 그토록 정신 없이 일했던 게 벌써 8년 전이었던가 싶고, 아이를 갖고 키운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러 이제는 전만큼 일할만큼의 여유가 생긴 것도 사실인데, 오랜만에 너무 많은 정보, 즉, 트렌드가 뭔데, 유행이 뭔데, 화장품이 뭔데, 잇걸이 뭔데, 메타버스가 뭔데, 그런 것 몰라도 사는 데 전혀 지장 없고, 한 달에 새 옷은 한 벌이면 충분하고, 화장품은 다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이고의 생활...




